흔히 말하는 포닥은 Postdoctoral Researcher의줄임말로써,
미국에서는 줄여서 포스닥 Postdoc으로 언급하는데,
우리는 그것마저도 줄여서 말한다.
박사후연구원, 즉 박사학위를 가진 비정규직 연구원인 것이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포닥이라는 과정이 생겨난 이유는,
이공계에서 박사 졸업자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데 반해,
이를 만족시켜줄 공급, 즉 직업의 수는 제한적이니,
그 사이에 약간의 쉴 틈을 만들어주고자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박사학위를 가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독립적인 연구자 (independent researcher)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작점에 나란히 서 있을 수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묵언의 허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박사학위가 없다고 해서 독립적인 연구를 못하는 것으로
곡해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적인 연구자는
스스로의 의지대로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서,
설정한 주제하에서 세워진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함은 물론, 독창적인 해석을 ‘논문’의 형태로
출판하는 것까지 다다를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렇게 불릴 자격이 된다고 본다.
미국에서 포닥을 하면서, 만났던 다른 교수님들과 박사님들을 보면서,
‘정말 능력이 많은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낀적이 많다.
소주 한잔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도,
연구 및 실험 이야기에 눈이 반짝거리는 분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이 진짜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적당히 경력이 쌓이게 되면,
그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포닥으로 평생 살 수는 없으니까.
월급이 많고, 만족도가 높다면 평생 포닥도 괜찮은 직업이 될 수 있겠지만,
거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호기롭게, 교수직을 꿈꾸면서,
원서도 내봤고, 하찮은 실력으로 1차례 최종 면접까지 갔던 적도 있었다.
최종에서 탈락했지만,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교수직에 자격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된 계기는
Ohio State University에서 나를 고용한 지도교수의 삶을 보면서였다.
교수란 직업은
매 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연구실에서는 학부생, 대학원생 및 포닥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더불어, 진로에 대한 조언과 추천서 작성, 연구비 신청 등등
셀 수도 없는 많은 일들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과였다.
물론, 나도 저 정도 수준의 일을 못한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실험을 가르치고, 내가 미리 경험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는 행동과 말 자체에 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내가 경험했던,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학사, 석사, 박사 그리고 포닥이라는 루트가
과연 타인에게 추천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아시다시피, 쉽고, 행복한 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취직하려고 결정했고,
나의 미래는 연구원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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